지식과 지혜를 어떻게 구분할까요?
정의야 다들 아실 거고, 그럴듯한 답도 다들 알고 있을 겁니다.
지식은 정보이고, 지혜는 그 정보를 가지고 작용하는 어떤 정신적 능력이라고 정의해야 하는데……
사실 애매하죠.
그래서 다들 대단히 선문답같이 구분합니다.
또, 아주 슬프게도,
지혜였던 것을
지식화하여, 그저 정보 그 자체로만 가지고 있는 이들도 많죠.
그저 알고 있을 뿐 실천하지 않으면 아무리 훌륭한 지혜였다고 하더라고,
그저 지식, 아니 어쩌면 그냥 어떤 흔적일 밖에요.
뭐, 이런 고차원적인 방법 말고, 지식과 지혜를 구분하는 제 개인적인 방법은 이겁니다.
그냥 변할 수 있는 것이면 지식입니다.
그리고 그걸 확인하기 위해서 끊임없이 의심합니다.
정말 끊임없이요.
제가 이렇게 하는 이유는 별거 없습니다. 법칙이 변하는 걸 몇 번이나 봤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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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룡입니다.
제가 이 공룡을 처음 알게 되었던 1980년대엔 말이죠.
공룡은 파충류의 하나로 알려져 있었죠.
그래서 냉혈동물로 인지되었고, 가르쳤습니다.
제가 가져온 이미지의 티라노사우루스처럼 상체를 숙이는 형태도 아니었습니다.
2족 보행으로 서서 멍하니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전혀 다르죠.
수많은 연구 결과로 인해서,
공룡은 파충류보다는 조류에 더 가깝고,
온열 동물이었을 것이라고 여겨집니다.
지식, 그러니까 정보는 언제든 바뀔 수 있습니다.
또 예를 하나 들어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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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대까지 지구의 나이는 약 30~35억 년 정도라고 알려져 있었습니다.
당시의 기술로 알아낼 수 있는 최대치가 그 정도였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45.4억 년쯤 될 거라고 추정하고 있습니다.
1950년대 이후 방사선 원소 연대측정법이 발전하였고,
오래된 암석 샘플이 발견되었고,
아폴로 계획에 따라 가져온 달 암석의 일부가 지구의 나이를 추정하는데,
중요한 증거가 되었거든요.
결과적으로 지구의 나이는 1950년대와 지금 거의 10억 년 이상이 차이가 나게 되었습니다.
이런 비슷한 것이 몇 개 더 있습니다.
이걸 들으면 되게 웃프실 수 도 있습니다.
혹시 십자가 매달린 예수님의 손에 박힌 못의 위치를 아시나요?
수많은 미술 작품과 조각품 등을 통해서 많은 이들이 손바닥 중앙이라고 알고 계실 겁니다.

바로 저기 말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선 크게 이슈가 안됐지만 1990년대 초반 한 외과의사가 이 부분에 문제 제기를 합니다.
못을 저기에 박으면 사람의 신체 무게를 견딜 수가 없기 때문에 손이 찢어지고 십자가에서 떨어진다고요.
그러니까 그간의 예술 작품이 다 틀렸다는 겁니다.
그 외과의사는 다음과 같은 위치가 맞는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러니까 손바닥이 아니라 손목이라고 말입니다.
그리고 이야기는 그렇게 정리되는 듯했습니다.
그런데 말이죠.
고고학자가 재미난 걸 찾아냅니다.
2000년 전 로마시대에, 로마에서 십자가형을 처한 사람의 시신을 말입니다.
시신이 재미나다는 게 아니라 그 시신의 손에는 못 자국이 나있었거든요.
그러니까 뼈에 못 자국을 통해서 어디에 못을 박았는지 유추할 수가 있었던 거죠.
그래서 다시 정의된 위치는 여깁니다.

손목과 손바닥의 중간 지역.
절묘하죠?
이게 왜 웃프냐고요?
가톨릭에는 성흔이라는 게 있습니다.
예수님이 십자가에 매달리실 때 났던 상처가 몸에 나타나는 건데요.
일종의 기적입니다.
아사이의 프란치스코(성 프란체스코)가 이 성흔의 기적으로 유명하신 분이기도 하죠.
(참고로 바티칸에서 유일하게 예수님의 성흔으로 인증한 분이 이분입니다.)
가톨릭이 국교인 국가들 중에선 이 성흔으로 사기를 치는 이들이 있습니다.
자신에게 성흔이 있다면 서 사람들을 모으고,
싸구려 기적을 판매하는 거죠.
한국에도 한 명 있었던 거 같은데,
뭐, 필리핀이나 브라질, 아르헨티나, 스페인 등, 가톨릭이 국교이거나
또는 그에 준하는 위치에 있는 국가들에는
꼭 있더라고요.
성흔이 있다고 주장하면서 사람을 모으고 뭔가 하는 이들 말이죠.
저 위의 십자가 못의 위치 논쟁이 일어나는 동안 무슨 일이 있었을까요?
저 성흔의 위치를 주장하던 이들의 성흔의 위치가 계속 바뀌었습니다.
손바닥에서 팔목으로, 팔목에서 다시 그 중간 위치로……
웃기죠?
저는 지식과 지혜의 구분을 그렇게 합니다.
변할 수 있는가?
대부분의 지식은 사실 변해도 별문제가 없습니다.
지구의 나이가 35억 년이던 45억 년이던 제게는 큰 영향이 없으니까요.
성흔의 위치가 나와 무슨 상관이 있습니까?
티라노사우루스는 좀 상관이 있을 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공룡을 어떻게 참아!)
지혜가 되는 것들은 보통은 저 스스로 바꾸어선 안 되는 것들입니다.
지식에 근거한 신념에 가깝겠네요.
요즘 많이 생각합니다.
from 무상
사족: 블로그에 글쓰기 기능이 진짜 많이 좋아진 거 같습니다. 글을 쓰면서 많이 도움을 받고 있네요. 특히 그림을 찾아서 넣거나, 이런 것들을 할 때는 도움이 많이 됩니다. 계획하고 있는 업무를 위해서 지속적으로 스터디하고 있고, 준비하고 있습니다. 다만 시간이 조금씩 걸리네요. 10년 만에 제대로 하는 거라 잘하고 싶습니다. 무지성으로 말도 안 되는 일을 하고 싶진 않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