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ie Grenzen meiner Sprache bedeuten die Grenzen meiner Welt."
내 언어의 한계는 내 세계의 한계다.
비트겐슈타인의 유명한 두 가지 명언 중에 하나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철학자의 말 중에 하나죠.
동시에 제가 직원들이 기획서 가져올 때,
지적을 위해서 사용하는 말이기도 합니다.
요즘 언론에선 MZ 세대의 무지함을 비판하기 위해서 다양한 단어를 사용합니다.
그중에서 특히 많이 사용되는 것이 "문해력"입니다.
사흘을 사일(4일)로 이해한다거나,
금일을 금요일로 이해한다거나,
혼숙을 ‘혼자 숙박’으로 이해한다거나,
이와 비슷한 예를 만들어서 비판합니다.
대단히 저열합니다.
사실 저런 류의 비판은 이미 예전에 했었던 겁니다.
1960년대에도,
1970년대에도,
1980년대에도,
아니 더 나아가서, 일제강점기에도 있었던 겁니다.
가진 자가 가지지 못한 자를 지배하는 구조를 정당화하기 위해서,
사용하는 대단히 저급한 선전입니다.
그저 삶이 바빠서,
처음 접하는 단어의 뜻을 자신이 가진 지식에서 해석한 것뿐입니다.
이는 모든 인간이 하는 가장 기본적인 지적 해석일 뿐입니다.
비판할 것이 아닙니다.
비하할 것은 더더욱 아닙니다.
다만 생각해 볼 만한 것은 있습니다.
제가 이 글을 시작하면서 적은 비트겐슈타인의 말이죠.
내가 가진 언어의 한계가 내가 가진 세상의 한계다.
사실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말을 멋지게 써놓은 겁니다.
사흘, 금일, 혼숙 등의 한자어를 잘 모르는 사람이라도,
자신의 세계에선 더 많은 단어를 알 수 있을 수 있습니다.
아마도 높은 확률로 그럴 겁니다.
누군가의 언어의 한계를 지적하는 것은,
누군가의 세계를 지적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대단히 무례한 일입니다.
비트겐슈타인은 언어에 대단히 집착하는 철학자였습니다.
그의 초기 철학이라고 할 수 있는 논리 철학 논고에선
그런 성향이 무척 강하게 보입니다.
특히 그가 집중한 것은 ‘언어와 세계의 대응’이었습니다.
언어로 세계를 어떻게 묘사할 수 있는지 설명하려 했습니다.
제가 어제 기획서를 작성하는데,
철학이 필요하다고 하고,
헤겔과 비트겐슈타인 알면,
큰 도움이 된다고 했던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어떤 분야의 기획서를 작성하든 간에,
가장 중요한 것은 메시지 전달의 명확성입니다.
우리는 말이 안 되는 것도 말할 수 있습니다.
"차가운 불꽃"
"뜨거운 얼음"
"어린 노인네"
진짜 차가운 불꽃도 있고, 뜨거운 얼음도 있으며, 어린 노인네도 있습니다만,
사실 모두 주로 사용되지 않는 혼용입니다.
어찌 보면 모순적 결합에 해당합니다.
아, 모순이란 말이 딱 여기에 해당하는군요.
모든 것을 뚫어버리는 창과 모든 것을 막는 방패의 결합이니까요.
우리는 불가능한 것들을 손쉽게 말할 수 있습니다.
"빛보다 빨리 배달해 드리겠습니다."
그만큼 빨리 배달해 드리겠다는 말이지만,
물리학적으로 불가능한 일입니다.
비트겐슈타인은 이런 형태의 언어 사용에 대해서 부정적으로 봤습니다.
거의 병적으로요.
기획서를 작성할 때 중요한 것도 이와 비슷합니다.
명확하게 의미를 전달할 수 있는 것.
현실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 것.
이에 대한 관념을 확실하게 인지하고 있는 것.
이런 상태가 필요하죠.
만약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것을 기획하려고 한다면?
비트겐슈타인의 논리 철학 논고의 마지막 문장이 필요합니다.
"Wovon man nicht sprechen kann, darüber muss man schweigen."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침묵해야 한다.
제가 기획서 교정볼 때 가장 많이 하는 겁니다.
말할 수 없는 것, 그러니까 불가능한 것에 대해서,
잘라내 버리는 거요.
비트겐슈타인의 철학은 글을 읽으면 명확하지만,
정리하려 하면 복잡합니다.
심지어 이를 직접 삶에 적용하려면,
골치 아파집니다.
그 스스로도 하지 못해서 무너졌었는데요. 뭐……
제가 기획에 관한 내용을 연재하게 될 경우,
헤겔의 변증법적 적용은 가볍게 들어가겠지만,
비트겐슈타인의 경우는 그러지 못할 겁니다.
예화가 많이 필요하거든요.
어제 글에서 헤겔 본인의 저작을 추천했었는데요.
사실 비트겐슈타인은 그러기 어렵습니다.
대신 쉽게 읽으면서 그의 철학을 접근할 수 있는 책 한 권을 추천하겠습니다.
비트겐슈타인의 말 (book)
그의 말들을 발췌하여 적고, 설명한 책입니다.
가볍게 읽기 좋고, 삶에 적용하기 쉽습니다.
from 무상
사족: 저는 말 많은 기획서를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진짜 줄이고 또 줄여서 필요한 한 문장, 한 단어만 남기는 것을 최선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물론 이것이 정답은 아닙니다. 어떤 경우엔 많은 말이 필요할 수도 있으니까요.
사족 둘: 추석 연휴에 글을 올리지 못할 거 같다고 적긴 했습니다만, 어쩌면 가벼운 글 몇 올릴 수 있습니다. 간단한 우화 같은 것을 올릴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