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5-19 마음나누기

나의 한계, 언어의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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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e Grenzen meiner Sprache bedeuten die Grenzen meiner Welt."
내 언어의 한계는 내 세계의 한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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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겐슈타인의 유명한 두 가지 명언 중에 하나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철학자의 말 중에 하나죠.
동시에 제가 직원들이 기획서 가져올 때,
지적을 위해서 사용하는 말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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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언론에선 MZ 세대의 무지함을 비판하기 위해서 다양한 단어를 사용합니다.
그중에서 특히 많이 사용되는 것이 "문해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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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흘을 사일(4일)로 이해한다거나,
금일을 금요일로 이해한다거나,
혼숙을 ‘혼자 숙박’으로 이해한다거나,
이와 비슷한 예를 만들어서 비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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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단히 저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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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저런 류의 비판은 이미 예전에 했었던 겁니다.
1960년대에도,
1970년대에도,
1980년대에도,
아니 더 나아가서, 일제강점기에도 있었던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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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진 자가 가지지 못한 자를 지배하는 구조를 정당화하기 위해서,
사용하는 대단히 저급한 선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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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삶이 바빠서,
처음 접하는 단어의 뜻을 자신이 가진 지식에서 해석한 것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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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모든 인간이 하는 가장 기본적인 지적 해석일 뿐입니다.
비판할 것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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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하할 것은 더더욱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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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생각해 볼 만한 것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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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이 글을 시작하면서 적은 비트겐슈타인의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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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진 언어의 한계가 내가 가진 세상의 한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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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말을 멋지게 써놓은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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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흘, 금일, 혼숙 등의 한자어를 잘 모르는 사람이라도,
자신의 세계에선 더 많은 단어를 알 수 있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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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높은 확률로 그럴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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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언어의 한계를 지적하는 것은,
누군가의 세계를 지적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대단히 무례한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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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겐슈타인은 언어에 대단히 집착하는 철학자였습니다.
그의 초기 철학이라고 할 수 있는 논리 철학 논고에선
그런 성향이 무척 강하게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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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그가 집중한 것은 ‘언어와 세계의 대응’이었습니다.
언어로 세계를 어떻게 묘사할 수 있는지 설명하려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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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어제 기획서를 작성하는데,
철학이 필요하다고 하고,
헤겔과 비트겐슈타인 알면,
큰 도움이 된다고 했던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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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분야의 기획서를 작성하든 간에,
가장 중요한 것은 메시지 전달의 명확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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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말이 안 되는 것도 말할 수 있습니다.
"차가운 불꽃"
"뜨거운 얼음"
"어린 노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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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차가운 불꽃도 있고, 뜨거운 얼음도 있으며, 어린 노인네도 있습니다만,
사실 모두 주로 사용되지 않는 혼용입니다.
어찌 보면 모순적 결합에 해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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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모순이란 말이 딱 여기에 해당하는군요.
모든 것을 뚫어버리는 창과 모든 것을 막는 방패의 결합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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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불가능한 것들을 손쉽게 말할 수 있습니다.
"빛보다 빨리 배달해 드리겠습니다."
그만큼 빨리 배달해 드리겠다는 말이지만,
물리학적으로 불가능한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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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겐슈타인은 이런 형태의 언어 사용에 대해서 부정적으로 봤습니다.
거의 병적으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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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서를 작성할 때 중요한 것도 이와 비슷합니다.
명확하게 의미를 전달할 수 있는 것.
현실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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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한 관념을 확실하게 인지하고 있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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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태가 필요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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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것을 기획하려고 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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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겐슈타인의 논리 철학 논고의 마지막 문장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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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von man nicht sprechen kann, darüber muss man schweig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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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침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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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기획서 교정볼 때 가장 많이 하는 겁니다.
말할 수 없는 것, 그러니까 불가능한 것에 대해서,
잘라내 버리는 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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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겐슈타인의 철학은 글을 읽으면 명확하지만,
정리하려 하면 복잡합니다.
심지어 이를 직접 삶에 적용하려면,
골치 아파집니다.
그 스스로도 하지 못해서 무너졌었는데요.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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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기획에 관한 내용을 연재하게 될 경우,
헤겔의 변증법적 적용은 가볍게 들어가겠지만,
비트겐슈타인의 경우는 그러지 못할 겁니다.
예화가 많이 필요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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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글에서 헤겔 본인의 저작을 추천했었는데요.
사실 비트겐슈타인은 그러기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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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 쉽게 읽으면서 그의 철학을 접근할 수 있는 책 한 권을 추천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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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겐슈타인의 말 (book)
그의 말들을 발췌하여 적고, 설명한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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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볍게 읽기 좋고, 삶에 적용하기 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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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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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족: 저는 말 많은 기획서를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진짜 줄이고 또 줄여서 필요한 한 문장, 한 단어만 남기는 것을 최선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물론 이것이 정답은 아닙니다. 어떤 경우엔 많은 말이 필요할 수도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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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족 둘: 추석 연휴에 글을 올리지 못할 거 같다고 적긴 했습니다만, 어쩌면 가벼운 글 몇 올릴 수 있습니다. 간단한 우화 같은 것을 올릴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