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가 군대에 있을 때,
홍수로 인해서 피해를 입은 지역으로 대민 지원을 간 적이 있습니다.
다양한 잡동사니가 여기저기에 널려 있었고,
그걸 치우는 게 일이었죠.
당시 괴상하게 생긴 잡동사니가 있었는데,
정말 무거워서 두 명이 달려들어 움직여야 했습니다.
나중에 가지고 온 장비로 무게를 확인해 보니,
40kg를 조금 넘었습니다.
그걸 확인하고선 좀 당황했죠.
부대의 체력단련실에서 들던 무게가 60kg을 훨씬 넘기던 저였으니까요.
40kg 양손 바벨을 한 손으로 옮길 수도 있었는데,
그 잡동사니는 그럴 수가 없었습니다.
군대에 가기 한참 전에 있었던 일입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들어가기 전에 돈을 벌어볼 요량으로 친구와 건설 현장에서
일용직에 도전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 그렇게 몸이 나쁘지 않았던 둘은 별생각 없이 지원했었고,
기술이 없고 그저 젊을 뿐인 저와 친구는 다양한 일을 하는 잡부가 되었습니다.
벽돌을 나르고, 도구를 옮기고, 청소를 하고,
별일을 다했습니다.
육체노동을 제대로 해본 적이 없었던 지라,
뭐를 하던 힘들기만 했습니다만,
어린 저희에겐 제법 큰 일당이 주어졌기에 견딜 수 있었습니다.
당시 3층짜리 건물을 올리는데,
벽돌과 시멘트 등을 올리는 일을 했는데,
등짐에 올리는 짐의 양이 만만치 않았었습니다.
처음에 벽돌을 쌓아 줄 때는,
정말 일어날 수가 없었습니다.
뭔가 억지를 부린다는 생각이 들었었죠.
당황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데,
함께 일하는 분께서 요령을 가르쳐 주셨습니다.
앉아서 등짐을 지고, 다리를 벌려,
무게를 허리와 등에 분산 시켜서 올리라고 하시더군요.
말로는 잘 못 알아 들었는데,
그분이 앉혀서 자세를 잡아서 올려주시니,
훌쩍 들어 올릴 수 있었고,
몇 번 해보니 요령이 붙어 곧잘 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다음날 몸살이 나서 죽을 뻔 하긴 했습니다.
앞의 이야기와 두 번째 이야기가 뭔 연관이 있나 하실 겁니다.
혹시 이런 광고를 보신 적이 있으신지요?
"하루 OO 시간으로 OO 일이면 OOO 마스터!"
OO에는 다양한 숫자와 목적이 들어갑니다.
하루 1시간, 30일, 수능 영어 같지요.
30분, 100일이면, 다이어트 같지요.
3시간, 4 주면, 자격증 완성도 있네요.
이런 광고들을 보고,
저거 쉽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실 수 있습니다.
그런데,
아닙니다.
그렇지 않아요.
40kg의 바벨을 드는 것과 40kg의 잡동사니를 드는 것은,
같은 무게라 할지라도 난이도가 아예 다릅니다.
15kg 짜리 음식물 쓰레기를 들고 가는 것보다,
25kg 짜리 어린아이를 안고 가는 것이 훨씬 가볍습니다.
같은 계량 수치라고 해서,
그게 같은 가치를 가지지 않습니다.
숏폼 플랫폼에서 가벼운 영상을 보는 것은,
2시간이던, 3시간이던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우리의 뇌가 쉬는 시간인 경우가 많기에 그렇습니다.
그런데 집중해서 문제를 풀어야 하거나,
업무를 해야 하거나,
어떤 스트레스 상황에 노출되는 것은,
30분, 아니 10분이라 할지라도 견디기 어렵습니다.
만화책이나 웹 소설을 100페이지 읽는 것과,
철학서나 전공서를 20페이지 읽는 것 중에 무엇이 더 많은 시간을 요하는지,
여러분은 충분히 알 수 있으실 겁니다.
이것이 오늘 첫 번째 이야기를 꺼낸 이유입니다.
같은 숫자라도 그것의 가치는 같지 않다.
그리고 어떤 일이든 간에,
그 일을 하는 데 있어서,
노력이 들어가는 일이라면,
요령이 생길 수 있습니다.
요령은 영어로는 KNOWHOW라고 합니다.
어떻게 하는지 안다는 거죠.
온라인 판에는 이 노하우를 강좌라는 이름으로 판매하는 이들이 수두룩합니다.
정말 많습니다.
그런데 말이죠.
이건 말로만 들으면 제 것이 될 수 없습니다.
두 번째 이야기를 생각해 보세요.
말로 설명하면, 그 자리에선 이해하는 것 같아도 못해요.
단순히 벽돌은 나르는 일도,
제대로 된 요령이 없다면,
몸만 축나고 일을 할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그 요령을 익히기 위해선,
단순히 말로만 들어선 안돼요.
직접 해보고, 몸에 익혀야만,
내 것이 될 수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힘드신 거 같아요.
저도 요즘 새로운 일을 하고,
도전을 하면서 이리저리 어려운 게 많습니다.
배워야 하는 것도 많고,
몸을 움직여야 하는 것도 많습니다.
이때에 가장 중요한 건,
아마도, 작은 확신이 아닌가 합니다.
남들은 다들 손쉽게 하는 거 같은데,
나만 어렵게 하고 있는 거 아닌가? 하는 의심에서부터 벗어날 수 있는 거요.
아닙니다.
다들 겪는 거예요.
다 어려운 거예요.
그게 당연한 거예요.
그리고, 이걸 위해서 지금 내가 하고 있는 게,
그저 삽질이 아닐까? 아는 의심에서 벗어날 수 있는 거요.
그렇게 하는 게 맞아요.
삽질 같고,
힘들고,
무너질 거 같은데,
그렇게 해서 몸에 익으면 됩니다.
다 할 수 있는 겁니다.
그러니 힘을 내서 가봅시다.
그렇게 되면,
"이걸 어떻게 할 수 있어?"
라며 HOW를 찾던 내게
KNOWHOW가 생겨 있는 걸 알게 될 겁니다.
HOW?
KNOWHOW!
될 겁니다.
from 무상
사족: 열심히 살아갑니다. 모두 잘 되실 거예요. 이것저것 하느라고 많이 힘든데요. 그래도 뭔가 조금씩 이루어지고 있어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