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5-19 마음나누기

헬 조선?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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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 조선
2014년 이후 한국에서 유행하기 시작한 단어입니다.
디시인사이드의 역사 갤러리에서 나와서 유행했던 단어인데,
지금도 여전히 사용되고 있죠.

뭐, 이에 대한 반대급부로
요 몇 년은 ‘국뽕’이라는 상대적 개념의 단어가
사용되곤 합니다.

여하튼 헬 조선이란 단어는 지옥을 뜻하는 헬과 조선을 합쳐서,
지옥 같은 한국을 비하하는 멸칭으로 사용하죠.

이 단어는 우리와 사이 안 좋은 북한에선 공영 방송에서 나오고,
우리에 대해서 극도로 혐오하는 일본의 혐한 세력들은
현수막과 피켓에 적어 사용합니다.

한국에서 살면서 답답해지면 사용하기도 하죠.

그런데, 말이죠.

한국은 정말 살기 힘든 나라일까요?

뭐 사실 이미 좀 찾아보면 그게 아니란 것은 알게 될 거긴 합니다.

한국의 1인당 평균 소득은 1인당 35000달러 정도입니다.
중위 소득은 1인 가구 2만 달러, 4인 가구 5만 달러 선이죠.

전 세계의 1인당 평균 소득은 12000달러 선이고,
중위 소득은 7~8000달러 선입니다.

한국은 금전적으로 전 세계 평균에 비해서 한참 위의 국가입니다.
거의 3배 가까이 더 법니다.

중위 소득으로 따지면 더 심해지죠.
어찌 되었던 한국은 제법 부유한 나라입니다.

한국에선 수돗물을 그냥 마실 수 있습니다.
특별한 정수를 하지 않더라도 말이죠.

그런데, 전 세계에 그럴 수 있는 국가는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인구로 따져도 20억 명이 안 됩니다.
80억 인구 중에서요.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범죄를 저지르거나, 특별한 문제가 없다면,
자신이 원하는 사람을 자신의 대표로 선출할 수 있습니다.
대단히 건강한 민주주의 국가라고 할 수 있죠.
어찌 되었던 투표로 지도자를 바꾸고,
변경할 수 있는 나라니까요.

전 세계의 국가 중에서 이런 것이 가능한 국가의 비율은 14% 정도 됩니다.
참고로 이 비율도 온전히 조사가 가능한 167개 국가에서 나온 것인지라.
더 낮게 나올 수도 있습니다.

범죄율이 5% 미만의 안전한 국가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몇 명이나 될까요?

80억 인구 중에서 약 2억 1천만 명 정도가 그런 국가에서 살고 있습니다.
당연히 대한민국은 그 안에 들어가 있습니다.

자잘한 것들.
스마트폰 보급률, 인터넷 보급률, 교육 보급률, 사회보장률 등의……

것들을 이야기하지 않더라도,

한국은 IMF가 선진국으로 분류하는 38개 국가 중에 하나입니다.

그리고 유일하게, 원조를 받는 국가에서 선진국으로 바뀐 국가입니다.

다시 말하면,
한국을

지옥

으로 분류하면, 지옥보다 못한 국가가
너무나 늘어납니다.

아울러,

한국 사람 그러니까, 몽골로이드 계열 한국인으로 태어났을 경우,
그리고 한국어를 모국어로 자라나서 살아왔을 경우,
정말 어지간하면, 다른 나라에서 편하게 살기 어렵습니다.

선진국이라 할지라도, 그래요.
살기 어려워요.

한국인에겐, 한국만 한 곳이 없습니다.

한국은 헬 이란 접두사가 붙을 만한 곳이 아니에요.
적어도 2000년대 이후론 그랬어요.

사실, 이 이야기는 그렇게 새로운 이야기가 아닐 거예요.
국뽕 채널 좀 보면, 그냥 다 아는 이야기일 거니까요.
해외 오지나, 우리보다 좀 못 사는 나라 다녀오면,
이해할 만한 이야기니까요.

그런데 이 이야기를 꺼낸 건 다른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에요.

사람들이 자주 하는 실수를 이야기하고 싶어서에요.

희한한 건데, 많은 이들이 하는 실 수에요.
자기가 가지고 있는 것은 과소평가하고,
가지고 있지 않은 것을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어요.

이미 있으니까, 별거 아니라고 생각하고
가지고 있지 않으니까,
선망으로 마음에 담는 거죠.

그럴 수 있어요.
대단히 당연한 방식의 사고거든요.

인간이 가지고 있는 기본적인 향상심이 원인이에요.

더 성장하고 싶고, 더 발전하고 싶고, 더 나아가고 싶은,
그런 마음이 만드는 사고의 하나니까요.

약하게 발현될 때엔 대단히 긍정적으로 작용해요.
더 나아가기 위해서 노력하니까요.

그런데, 이게 심해지면 스스로를 죽입니다.
자신이 가진 것들에 대해서 비하하게 되고,
온전한 것을 불완전한 것으로 몰아가니까요.

그러면 무너지는 게,
자존감입니다.

그렇게 무너진 자존감은 스스로를 비하하게 되고,
극단적으론 자신을 파괴하게 만듭니다.

객관적인 지표로,
무척 괜찮은 지역으로 분류되는 이 나라가 가지고 있는 큰 문제점.

그것은 낮은 출산율과 높은 자살률입니다.

자신이 이미 가지고 있는 것에 대해서,
인정하고, 그에 대한 자존감을 가지는 것이 되어야 하는데,
그보다 더 먼저 향상심이 나오고,
그에 맞춰서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좌절이 사람을 지배하는 거죠.
그 결과가,
스스로에 대한 파괴입니다.

헬 조선이란 말이 나오기 전의 대한민국의 출산율은 1.20이었습니다.
낮긴 했지만, 극단적이진 않았죠.

수많은 젊은이들이
자신이 이미 가지고 있는 것에 대해서 자각하지 못했고,
언론은 그저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불만만을 헤드라인으로 올렸습니다.
그리고, 중요한 선택을 했죠.

지옥 같은 곳에 가장 사랑하는 존재를 보내지 않겠다.
내 아이를 지옥에 내놓을 순 없다.

10년 만에 만들어진 것이 출산율 0.7 밑으로 떨어졌습니다.

만들어진 가짜 지옥이,
진짜 지옥을 불러왔습니다.

저는 자기개발서도 많이 읽는 편입니다.
강의도 자주 보는 편이죠.
그런데 그 많은 자기개발서와 강의들은 근본적으로 향상 만을 이야기합니다.
이걸 극대화하기 위해서 결핍을 이야기합니다.

극단적으로 말하죠.

부유하지 못하면 죽어야 한다.
나이 40에 아파트 없으면 인생 잘못 살았다.
외제차 없으면 바보다.
대기업 아니면 인생 실패한 거다.

책의 독자에게,
강의의 학생에게,

향상심을 느끼게 하기 위해서,
결핍을 강요합니다.

물론, 몇몇은 정말로 성공할 수도 있겠지만,
거의 대부분은,

그 결핍으로 인해서,
자시 파괴의 수순으로 떨어집니다.

한국 사람이 살아가고 있는 이 나라가,
지옥이 아니란 당연한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시작한 글이 아닙니다.

하고 싶은 말은,
이겁니다.

이미 충분히 가지고 있다.

아니,

아무것도 없어도,

당신은 이미 충분히 존중받을 만한 사람이다.
존재만으로도……

그런 거다.


from 무상

사족: 근자 들어서 나오는 자기개발서나 강의들을 보면 화가 많이 납니다. 그게 아마도 다시 블로그를 시작한 이유가 되지 않았을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