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제 글을 올리고, 가만히 생각해 봤습니다.
제가 타인에게 종종 하는 이야기들 말입니다.
어제 했던 이야기,
위선도 선이란 이야기.
겉으로 선을 행하는 것도 선이란 거였죠.
그리고 오늘 할 이야기
목표에 관한 것입니다.
내일은 직장인의 글쓰기가 연재되겠지만,
자주 하는 이야기들은 정리해서,
올려볼게요.
오래전 지인의 이야기입니다.
중고교 시절 공부를 잘했습니다.
진로를 정하지 못하고 있다가,
의과 대학에 들어가는 것을 목표로 잡았습니다.
그는 의대에 입학하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했습니다.
정말 노력을 많이 했죠.
운이 좋지 못해서 첫 입시에 실패를 합니다.
재수를 했습니다.
그런데 운이 좋지 못했습니다.
왜냐하면 교과서가 바뀌었거든요.
대학 입시 문제가 전부 바뀐 교과서 위주로 나왔기 때문에,
입시에 실패를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는 삼수를 하게 됩니다.
그런데, 역시 실패합니다.
대입 방법이 바뀌었거든요.
학력고사에서 수능으로요.
그는 바뀐 방식에 적응하지 못했습니다.
그는 사수를 도전합니다.
정말 미친 듯이 노력을 했습니다.
그리고 서울 유명 의과 대학에 입학했습니다.
목표를 이룬 거죠.
2년 동안은 학교를 잘 다녔습니다.
그리고 군대를 다녀왔고,
다시 1년 뒤에 대학을 그만두었습니다.
그 뒤로 그는 다양한 일을 했습니다.
제약회사에서 영업을 하기도 했고,
작은 과일 가게를 하기도 했고,
포장마차를 운영하기도 했고,
헌책방을 운영하기도 했으며,
작은 출판사에서 교정을 보기도 했죠.
그렇게 살다가,
갑자기 췌장암으로 사망했습니다.
그와는 다양한 대화를 나눴었습니다.
제가 많은 조언을 해주었던 사람이었거든요.
아는 것도 많고,
똑똑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술을 마시면 제게 이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내가 뭘 하고 싶은지 모르겠다."
그가 목표로 했던 의대는 사실 그의 꿈이 아니었습니다.
그의 어머니의 꿈이었죠.
아들의 의대에 들어갔으면 했습니다.
그래서 그는 어머니를 실망시켜드리지 않으려고,
그렇게 열심히 했었습니다.
차라리 한 번에 붙었다면 조금 나았을지 모르는데,
그러지 못해서 그저 그냥 그 목표가 간절해졌습니다.
인생의 가장 황금기에,
4년여를 입시에 투자했고,
그렇게 의대에 들어가자마자,
모든 게 끝나 버린 겁니다.
그런데 의외로 그와 같은 삶을 사는 사람들은 제법 많습니다.
중간 과정일 뿐인 어떤 것을 최종 목표인 것처럼 달리는 사람들 말입니다.
대학에 들어가는 것이 최종 목표가 되고,
집을 사는 것이 최종 목표가 되고,
결혼을 하는 것이 최종 목표가 되고,
로스쿨에 들어가는 것이 최종 목표가 되고,
공무원에 합격하는 것이 최종 목표가 되고,
대기업에 들어가는 것이 최종 목표가 되고,
.
.
.
그렇게 중간 과정인데,
지나쳐가야 할 관문이,
목표가 되어 버려,
그걸 통과하는 순간 모든 것이 끝나 버리는 것 말입니다.
제가 자주 하는 말이 그거죠.
"너 그거 하면 끝이야? 그거 되면 그냥 죽을 거야?"
강한 워딩이지만, 그렇게 합니다.
제가 그렇게 말하는 대상은,
뒤가 없이 행동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대기업에 들어가서 어떤 직장인이 될지,
어떤 의사가 될지,
어떤 변호사, 검사, 판사가 될지,
어떤 사회인이 될지,
다음이 있어야 하거든요.
100미터 달리기를 할 때,
우리는 딱 결승점까지 달릴 생각으로 뛰지 않습니다.
결승선을 넘어 그 뒤까지 달리려고 하죠.
그래야 결과가 더 좋게 나오거든요.
딱 목표지점까지만 생각하고 뛴다면,
오히려 목표 지점 앞에서 주저앉아 버릴 수 있습니다.
살아가면서,
우리는 고개를 들어 목표를 보아야 할 때가 있습니다.
그때에, 우리가 봐야 할 목표는,
중간에 있는 통과점이 아닙니다.
그걸 통해서 더 나아가야 할 진짜 가야 할 길을 봐야 합니다.
그래야 길을 나설 수 있거든요.
요즘, 시험 준비로 정신이 없는 이들을 자주 봅니다.
애매하게 남아 있는 시간,
더더욱 혼란스러울 거고,
답답할 겁니다.
이럴 때,
하면 좋은 건,
잠시 쉬고,
고개를 들어 한 번 봐 보는 겁니다.
입시 준비 중이라면,
가고 싶은 대학교 캠퍼스를 한 번쯤 가보는 것도 좋습니다.
자신의 목표로 하고 있는 것을 이미 이룬 이들이 사는 삶을 슬쩍 보는 것,
제법 큰 도움이 됩니다.
한 번 크게 숨을 들이쉬고,
나아가 보세요.
from 무상
사족: 너무 급작스럽게 가버린 그 형이 생각나네요. 이것저것 오타 많고, 실수 많은 제 글을 교정봐주고, 방향성을 잡아주던 분이었는데 말이죠. 잘 쉬고 있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