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5-19 마음나누기

속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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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들려줬던 이야기 일지도 모르겠다.

이미 여러 번 했음에도,
또 하는 것은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한 사람의 이야기다.

그는 언제나 웃는 얼굴도 다녔다.
모든 이에게 친절했다.
지나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있으면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그는 자신이 가진 것을 베푸는 데 인색하지 않았다.
아니, 그는 너그러운 편이었다.

그는 살아가면서 자신이 가진 것을 끊임없이 나눴다.

옳은 일을 하기 위해서 수고를 아끼지 않았다.

약한 자의 편에 서서,
강자와 싸웠으며,
낮은 자에게 고개 숙였고,
높은 자 앞에서 비굴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그는 경건해 보였다.

그러했기에,
주변 사람들은 모두 그를 좋아했다.

아니, 주변 사람이 아닐지라도,
그를 알게 된다면 그를 좋아할 수밖에 없었다.

오랜 시간이 지났다.

마침내, 그에게 주어진 삶의 시간도 끝나갔다.
그가 침대에 누워 마지막을 기다리고 있을 때,

그에게 도움을 받았던 수많은 이들이,
그를 위해서 기도했다.

그가 모든 이를 사랑했기 때문에,
거의 모든 이가 그를 사랑했다.

거의 모든이라고 했다.
‘거의’

세상에는 당연한 그러하듯,
남들과는 다른 생각을 하는 이가 있었다.

모두가 그의 평화를 기도하고 있을 때,
작은 술집의 구석에 그의 친구 중 하나가 술잔을 들이키며,
말했다.

"그놈은 위선자야!"
"왜 아무도 모르지?"
"그의 본심은 사악하기 그지없어."

친구는 사람들이 그에게 속고 있다고 한탄을 했다.

잠깐의 기다림이 끝나고,
마침내 그는 평화를 맞이했다.

그의 영혼이 육체를 떠나 사후세계로 가야 할 때에,
여러 천사들이 나타나 그를 천국으로 인도하려 하였다.

그에 그는 천사들에게 말했다.

"오, 위대한 천사들이여,
당신은 제게 오면 안 됩니다.
저는 당신들을 속였습니다.
저의 선행은 위선입니다.
저는 사랑받기 위해서
그러니까 목적을 가지고,
그런 행동을 한 것뿐입니다.
저는 가증스러운 인간입니다.
제 친구가 말했듯,
저는 그저 위선자입니다.
당신들까지 제게 속는다면,
그것은 너무나 부끄러운 이야깁니다.
이제 제가 마땅히 있어야 할
지옥으로 보내주세요."

그는 울부짖었다.
평생을 가지고 있던 거짓을 해명하기 위해서,
그는 평생을 세상을 속였으니
이제는 마땅히 있어야 할 곳으로
가야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는 지옥에 떨어지지 않았다.

천사는 웃으며 말했다.
"당신의 속마음이 어떠한지 저는 모릅니다.
당신의 인생에서 당신은 단 한 번도 그걸 보이지 않았습니다.
당신은 그저 선하였고, 죄가 없습니다.
당신이 한 것은
마음속에 그 악을 가두고
선을 행한 것뿐입니다."

그는 마침내 평화를 얻을 수 있었다.

-종-

나는 이 이야기를 자주 한다.
내용은 조금씩 바뀐다.
이야기의 주인공은 왕이 될 수도 있고,
의사가 될 수도 있고,
과학자가 될 수도 있고,
연예인이 될 수도 있다.

이야기의 구성은 바뀌지 않는다.

마음은 선하지 않은데,
행동은 언제나 선한 사람의 이야기다.

"위선 도 선이다."
프랑스의 작가이자 철학자인 ‘프랑수아 드 라 로슈푸코’의 말이다.

위선 적이라 할지라도 행동이 선하다면,
간접적이나마 선의 가치를 인정해야 한다는 의미로 한 말이다

나는 이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내가 위 이야기를 하게 되는 경우는
누군가 내 주변에서 이런 말들을 할 때다.

"저거 가식적이야."
"뒤로 뭔 짓을 하는지 알게 뭐야?"
"괜한 착한 척 아냐?"
"뭘 노리는 거지?"
.
.
.


선한 행위에 대한 의심을 나타내는 이를 비난하면서
툭 던지는 말이다.

나는 이 말을 들을 때마다 저와 같은 이야기를 한다.

고백하자면,
사실 나도 비슷하다.

나도 속 마음은 선하지 않다.
얄팍하고,
가식적이고,
이익을 추구한다.

나는 가벼운 사람이다.

하지만, 적어도 겉으로는,
선하려고 행동하려 한다.
누가 보는 데선,
법을 지키려 하고,
누군가 힘들어하면,
도우려고 한다.
제법 착한 사람인 척한다.

그러나 솔직히 속마음은 그렇지 않다.
편하고 싶고,
뭔가 잘 보이고 싶고,
그렇다.

그렇기 때문에,
어린 시절 나는 이런 자신이 무척이나 싫었다.
거의 혐오하였다.

나는 착한 사람이 아니니까.
언젠가 지옥에 떨어질 거라고 믿었으니까 말이다.
그것은 꽤 큰 악몽이었다.

언젠가 나의 가면이 벗겨지고,
감옥에 들어가 사형을 기다리는 모습을 상상하며,
불면증에 시달렸으니까……

그런 나를 구원한 것은 한 의사 선생님의 인터뷰였다.

영등포 슈바이처란 별명의 선우경식 선생님의 것이었다.
그분은 돌아가실 때까지 다양한 이들을 구원했는데,
마지막 인터뷰로 나도 구원했다.

기자가 그분에게 평생 사명을 가지고 그렇게 행동하신 거냐고…….
그분은 이렇게 말했다.

"매일매일 후회하고,
잘 살고 싶고,
도망치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부끄럽게 버티다가,
아침에 일어나 다시 마음을 다잡고,
병원으로 나왔습니다."

정확하진 않지만, 아마도 이런 내용이었다.
나는, 위로받았다.

그리고 위선이라도,
선하게 살아보자고
그렇게 결심했다.

나는 내 앞에서 선을 행하는 사람을 의심하지 않는다.
그 선은 그냥 그대로 존중해야 한다.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니 말이다.


from 무상

사족: 내가 무척 좋아하는 동생은 자신이 사악하다고 말한다. 입으로는 자신이 사이코 패스이고, 범죄자의 두뇌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나는 그 누구보다도, 그 동생을 신뢰한다. 그럴밖에 없는 것이. 그는 내 앞에서 악한 행동을 한 적이 없다. 오히려 그는 언제나 선했다. 나는 오히려 그런 그가 솔직하고 선하다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