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일입니다.
아파트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기 위해서 기다리는데,
잘 내려오다가 갑자기 엉뚱한 층에 멈춰 섰다가,
한참 뒤에 내려오더군요.
엘리베이터에 타서, 일행에게 이야기했습니다.
"집 보러 온 사람인가 보다."
일행은 제게 어떻게 알았냐고 물었습니다.
"우리 아파트는 나오려면 지하 1층을 눌러야 하는데,
저 사람들은 1층을 눌러서 내렸다가 다시 탔고,
한 가족으로 보이는 모습이었고,
자녀로 보이는 사람의 손에는 줄자가 있었고,
엘리베이터가 도착해서 말은 멈췄지만,
공통의 주제를 두고 이야기하는 것 같았다."
이렇게 이야기하는데,
함께 엘리베이터를 탄 이웃분이 웃으면서 확인해 주셨습니다.
"날카로우시네요.
얼마 전에 아파트 보러 오신 분들이에요.
저희 소개해 준 부동산 사장님이랑 같이 오셨었더라고요.
아마 계약하고 최종 확인하러 가셨던 거 같네요."
그렇게 그분과 헤어지고 들어왔습니다.
당연히 어떻게 그렇게 봤냐는 질문을 들었어야 했지요.
제 대답은 별거 없었습니다.
그냥,
관심을 가지고 봤을 뿐입니다.
추가적으로,
연상을 하고,
가지고 있는 상식에서,
연관이 없는 가능성을 소거하면서,
약간의 상상력을 가지고,
추측을 한 겁니다.
제가 이와 같은 행위를 할 수 있는 건,
어렸을 적에 재미있게 본 소설 덕분입니다.
셜록 홈스 시리즈를 제법 열심히 읽었거든요.
세밀한 관찰을 하고,
연역법에 의거해서 논리적 추론을 하고,
배제법으로 불가능한 것들을 제거하고,
진실을 추론하는 거죠.
셜록 홈스 자신도 그렇게 했다고 설명하고,
작가인 아서 코난 도일도 그렇게 하는 거라고 이야기했죠.
아쉽게도, 실제 소설 상의 묘사는
그렇지 않긴 했습니다.
왜냐하면 연역법의 바탕이 되는 관찰이 객관적이지 않고,
배제법으로 제거하는 불가능한 가능성이들도 온전하지 않고,
마지막으로 예외의 가능성이 얼마든 지 나올 수 있었거든요.
실제로 그런 것을 꼬집은 작품도 나와 있긴 합니다.
미드 닥터 하우스의 경우, 하우스의 실수를 통해서,
그런 가능성을 아주 극단적으로 보여주긴 합니다.
여하튼, 실제야 어찌 되었든 간에,
상황을 세밀하게 관찰하고,
그를 통해서 논리적으로 추론하고,
배제법으로 불필요한 가능성을 지우고,
자신의 직관에 따라 행동하는 것은,
삶을 무척 현명하게 살게 합니다.
어디 가서, 똑똑한 사람 소리 들으면서 살게 해주거든요.
적어도 사긴 잘 안 당하더라고요.
이와 비슷한 이야기를 조금 더 해볼게요.

트위터에 이런 글이 하나 올라왔습니다.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저는 이 포스팅을 보면서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법은 주차장에서 야영, 취사하는 행위를
사회제도를 공격하는 것으로 판단하는구나."
제가 이렇게 판단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주차장에서 과태료를 무는 행위는 여럿이 있지만,
유명한 것이 ‘장애인 주차 구역’과 관련된 것이 가장 유명합니다.
장애인 주차 구역에 자격이 없는 차량이 주차될 경우,
과태료는 10만 원입니다.
이것은 많이 알려진 것이죠.
그래서 어떤 분들은 이런 꼼수를 씁니다.
장애인 주차 구역이 아닌 그 뒤에 주차를 하는 거죠.

저렇게 말입니다…
번잡한 주차장에 가면, 꼭 저런 차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저런 경우, 과태료는 더 많습니다.
장애인 주차 구역에 주차를 했을 경우 과태료는 10만 원이지만,
저렇게 장애인 주차 구역의 앞을 막아서 주차를 못하게 해놓으면 과태료는
50만 원입니다!
과태료가 훨씬 더 높은 이유는,
저렇게 법으로 정해놓은 구역을 넘어서는 것은,
장애인 한 명의 권리를 빼앗는 것이 아니라,
사회 제도 자체를 공격하는 것이라고 보기 때문입니다.
법에서 부과하는 과태료는 나름 형평성을 가집니다.
특히나 같은 장소에서 부과되는 것은 그 정도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주차장에서 하는 야영, 취사 행위는
장애인 주차장에서 장애인이 주차를 하지 못하게 하는 것과 같은 수준의
불법이라고 봐야 합니다.
그리고, 그에 대한 단속도 제법 강력하게 이루어질 것이라 봐야 할 겁니다.
왜 이런 상황까지 왔을 알아보면,
그럴만 하단 생각이 듭니다.
캠핑 카나 카라반, 또는 차 박용 텐트 등을 이용해서
여행지에 조성된 공영 주차장에서 차 박 여행을 하시는 분들이
어떤 행위를 했고, 이 때문에 얼마나 많은 이들이
괴로워했는지는 조금만 검색해 보면 나오거든요.
주차장에서 차량 한 대가, 심할 때는 서너 칸까지 차지하고선,
며칠간 장기 숙박을 하면서 지내고,
마지막에 갈 땐 쓰레기까지 툭 버려놓고 가니,
누가 좋아했을까요?
아닌 분들도 계시고, 잘하시는 분들도 분명히 많습니다만,
문제는 법이 만들어질 만큼,
문제를 만드는 분들이 더 많으셨단 거죠.
이런 상황이 계속된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아마도 당장은 아니더라고,
장기적으로 한국에서 캠핑카 제작 업체는 힘들어질 겁니다.
추가적으로 대형 캠핑카들이 쉬이 판매되지 못할 거고요.
이미 팔린 대형 캠핑카들의 중고가 시중에 나오겠네요.
아예 좋은 자리에 유료 캠핑카 전용 주차장이 나올 수 있겠습니다.
조금 더 깊게 파고들면, 이와 관련된 사업 거리나,
아이디어 등도 나올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법제처의 트위터 하나를 보고,
관련된 정보를 찾아보고,
기존에 가지고 있던 상식을 확인해 보고,
다양한 추론을 한 것입니다.
위의 생각은 지난 9월 20일 저 트윗을 보고선,
제 머릿속에 떠올랐던 것들을 정리한 것입니다.
특별한 목적은 없이,
머리를 굴리는 연습을 위해서 했던 행위입니다.
나이 들면서 정말 열심히 하는 행위죠.
특별히 필요에 의해서 할 때는 좀 더 복잡한 사고를 합니다.
이건 일종의 브레인스토밍인데요.
살아가는데, 무척 중요한 행위입니다.
방법은 어렵지 않습니다만,
이것을 실제로 하면서 사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막상 닥쳐서 하려고 하죠.
그런데 뇌를 쓰는 것도 몸의 근육을 쓰는 것과 비슷해서,
미리 연습을 해두지 않으면,
잘 안됩니다.
지속적으로 굴리고 돌려야 하죠.
그래서 전 저런 식으로 다양한 정보를 접수하고,
그것을 가공해서 필요한 정보를 뽑는 연습을 자주 합니다.
이 글을 천천히 읽어보시면,
대충이나마, 어떻게 하는지가 감이 오실 겁니다.
여기에 오늘의 글의 제목이기도 한,
팁 하나를 더 적어 보려 합니다.
어떤 정보를 얻고선,
그것을 망상이 아닌,
브레인스토밍으로 만들려면,
필요한 것은
"섬세함"
입니다.
명품을 리뷰할 때,
종종 나오는 이야기죠.
"디테일이 살아있다."
내용을 읽고,
섬세하게 확인하고,
그것들을 분리하고,
비슷한 것을 찾아 비교하고,
불필요한 것들을 배제하고,
그리고 그것에 맞춰 논리를 만들고,
그것을 확인하고,
그리고 정리해서,
나만의 정보로 만든다.
별로 어렵지 않습니다.
이런 게 쌓이면 진짜 재산이 되거든요.
도움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from 무상
사족: 위의 글은 직장인의 글쓰기의 중반부와 연결되는 내용이기도 합니다. 직장인의 글쓰기에는 이와 관련된 연습 방법이 더 자세하게 나올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