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5-19 마음나누기

반찬 가게의 비밀

몇 개의 사실과, 몇 개의 들은 이야기와, 몇 개의 경험으로 만들어낸 이야기입니다.
​
Blog Image
​
시장에 반찬가게가 하나 있었다.
그 시장엔 그 가게 말고도 반찬을 판매하는 곳이 두 곳은 더 있었다.
​
총 세 개의 반찬가게가 있었는데, 유독 한 곳에만 손님이 가득했다.
다양한 반찬이 다 잘 팔렸는데 특히나 잘 팔리는 것은 오징어 젓갈이었다.
​
겉으로 보기엔 특별한 게 없어 보였는데, 묘하게 맛이 있었다.
​
그걸 시장 사람들은 참 이상하게 생각했다.
​
그들이 이상하게 생각하는 이유는 별게 아니었다.
​
그 집에서 파는 오징어 젓갈은 특별할게 없기 때문이었다.
​
젓갈 전문 도매상에서 30kg 단위로 물건을 때 와서,
어디에서나 구할 수 있는 플라스틱 그릇에 나누어 담을 뿐이었으니까 말이다.
​
심지어 그 시장에 있는 다른 반찬 가게들도 모두 같은 도매상에서 젓갈을 받아왔다.
​
그런데 유독 그 한 집의 오징어 젓갈만 많이 팔렸다.
​
사람들은 참으로 이상하게 생각했다.
​
사람들은 다양한 분석을 했다.
​
먼저 위치가 좋아서 그렇다는 의견이었다.
당연히 가장 먼저 기각되었다.
​
왜냐하면 잘 팔리는 가게는 그렇게 위치가 좋지 못했기 때문이다.
다섯 곳에 달하는 시장 입구 중에서 어디와도 가깝지 않았고,
주변에 청과물 상점과 옷 상점이 같이 있어,
시너지 효과도 없었기 때문이다.
​
심지어는 점포의 주인이 그 집이 장사가 잘되는 게 배가 아팠는지,
강제로 내쫓고 같은 자리에 같은 반찬가게를 차렸는데도,
장사가 안되어 6개월 만에 접고, 원래 가게에 아예 점포 체로 넘겨야 했었다.
​
그래서 위치에 대한 가설은 바로 기각되었다.
​
다음은 뭔가 특별한 터치를 한다는 거였다.
​
그 집은 젓갈 말도 고 다양한 반찬을 팔았고,
그 반찬들의 맛도 그리 나쁘지 않았으니,
젓갈을 사 와서, 뭔가 특별한 추가를 할 거란 예측이었다.
무척 진지하게 그게 답이라고 생각한 사람들이 많았는데,
아니었다.
​
명절 앞두고 한창 바쁠 때,
단기로 일을 도와줬던 이가 눈으로 직접 확인했다.
도매에서 포장된 봉투를 바로 뜯어 그릇에 담는 것을 말이다.
​
그런 의심 때문에 도매상에서 가져온 젓갈에
뭔가 추가했던 다른 가게만 고생했었다.
​
마지막으로 나온 이야기는 그거였다.
그 집에서 젓갈이 잘 팔리다 보니,
언제나 새로운 젓갈이 들어오고,
그러다 보니 언제나 싱싱하고,
그래서 손님들이 더 찾게 되는 거라고,
​
가장 그럴듯한 이야기였다.
​
도매상에서도 그게 맞을 거라고 했다.
다른 반찬가게는 일주일에 한 번 배달 가는데,
그 집은 일주일에 세 번씩 배달은 가니까 말이다.
​
적어도 세 배는 더 싱싱한 젓갈이 판매될 거라고 했다.
​
과연 그럴까?
​
Blog Image
반찬가게 주인 아가씨다.
누구보다 일찍 출근하고,
누구보다 늦게 퇴근하며,
아주 잠깐의 시간을 제외하곤,
가게에서 손님을 응대한다.
언제나 웃는 얼굴로……
​
​
혹시?
​
아직 왜 이 반찬가게에 손님이 많은 지 궁금한가?
​
혹시?
​
아……
​
오징어 젓갈은 이집 반찬 중에서 조금 비싼 거다.
다른 반찬보다 1000원 정도 더 비싸다.
​
궁금한가?
​
아직도?
​
from 무상
​
​
사족: 처음 글을 적을 땐, 단순히 외모 가지고 하는 유머는 아니었습니다. 혹시나 이 글을 읽고선, 역시 가장 중요한 건 외모라고 생각한다면, 틀렸습니다. 정말 이 글의 주제는 그게 아니니까요. 예전에 SBS의 골목식당에서 회 냉면 집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었습니다. 백종원 님이 한 회 냉면 집의 음식이 너무 맛있어서 배우고 싶을 정도라고 이야기했고, 방송 후엔 손님이 왕창 늘었지요. 그런데 그 식당의 후기는 처참했습니다. 다들 왜 이 집이 특별하다고 하는지 모르겠다고 했으니까요. 원인은 백종원 님이 가서 식사를 할 때엔 그 집이 장사가 안되어서, 회 냉면에 올라가는 회가 잘 안 팔려서, 삭혀져 판매가 되었던 겁니다. 그런데 손님이 많아지자, 회가 삭힐 시간이 없어졌고, 결과적으로 백종원 님이 먹었던 것과 추가로 온 손님들이 먹었던 것은 아예 다른 음식이 되어버렸던 거죠. 제 이야기의 반찬가게도 무언가 비슷한 게 있습니다. 싱싱하거나, 뭔가 추가하거나, 목이 좋아서 장사가 잘되는 게 아닙니다. 외모를 그냥 넣었을 뿐, 사장이 웃으면서 장사를 잘할 뿐이지요. 목이 안 좋으니, 친절이라도 해야겠다고 열심히 노력하고, 그러다 보니 단골이 많아져 잘 팔리고, 잘 팔리다 보니 싱싱한 젓갈이 더 나간 거죠. 하고 싶은 말은 이겁니다. 당장 눈앞에 나타난 현상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습니다. 원래 아주 복잡한 상황에 합쳐져서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그것을 단순하게 줄이면 단편적인 분석이 될 뿐입니다. 그리고 그런 분석으로 상황에 접근하면 언제나 더 큰 실패만 있습니다. 시야를 넓게 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 말을 하고 싶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