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간 과장된 글일 수도 있음.
최근 들어, 그간 하지 못하다가 할 수 있게 된 것이 있다. 그런데 내가 그걸 할 수 있게 됐다고 이야기하면, 많은 사람들이 그게 어려워? 란 말을 한다. 그래서 쉽게 말하기 어려운 것이다.
난 한 번 책을 읽으면 끝까지 읽어야 한다.
일종의 강박인데, 그러하다.
아주 어렸을 적 잘못들인 버릇이다.

어렸을 적 처음 한글을 익히고 눈에 보이는 간판을 읽으며 좋아했고, 눈에 보이는 건 모조리 읽으며 행복해했다. 그러다가 책을 읽기 시작했다. 어떤 책은 읽으면서 그 내용을 이해했지만 어떤 것은 아무리 읽어도 그 내용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래서 어른들에게 물었다.
분명히 한글을 읽었는데 알 수 없었으니까, 왜 그런지 궁금했다.
대부분은 별로 신경 쓰지 않거나 무시했던 내 질문에 한 스승이 답해줬다.
그건 네가 아직 그 책을 제대로 읽지 못해서 그렇다고 했다. 한 번 읽어서 안되면 열 번 읽고, 그래도 안되면 백 번을 읽으면 된다고 했다.
아마도 서예학원의 선생님이셨던 거 같다.
그 덕에 어떤 책이라도, 한 번 읽으면 그냥 붙잡고 읽는 버릇이 생겼다.
나이가 들면서 책안에 적인 것은 문자이고, 문자는 지식을 전달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걸 이해하고 못하고는 지식을 받아들일 만큼의 준비가 되어 있고 없고의 차이란 것을 알았지만, 어떤 책이던 읽기 시작하면 어찌 되었던 끝까지 읽는 버릇은 사라지지 않았다.
한 번에 여러 책을 읽을 때도 있고, 한 번에 한 권의 책을 여러 번 읽을 때도 있지만 어떤 책이던 일단 사서 놓으면 끝까지 읽는다.
이것은 일종의 강박이다.
이것이 좋은 버릇이 아니고 강박인 이유는 내가 괴롭기 때문이다.
정말 읽는 게 괴로운 책도 어찌 되었건 한 번 읽기 시작하면 끝까지 읽어야 하니 말이다.
거의 50년에 가까운 스스로를 괴롭히는 길이었다.
그래서 읽을 책을 고를 때, 특히나 문학 작품을 읽을 때엔 고민의 고민을 했다. 만약 잘못 만났을 경우엔 너무나 괴로워지니 말이다.
그런데, 최근 난 멈출 수 있게 되었다.
어떤 책이든 그냥 읽다가 아니다 싶으면 덮는다.
그리고 툭 던져 버리고, 때론 아예 그 책을 버려버리기도 한다.
이게 진짜 무척이나 즐겁다.
읽던 책을 멈출 수 있다는 것은 단순히 주식을 손절하는 것과는 조금 다른게 있다.
그냥 더 이상 괴로운 책에 시간을 투자하지 않아도 되는 것 이외에, 다른 책을 쉽게 시작할 수 있다. 아주 편안하게 말이다. 그것은 참으로 마음 편한 것이다.
내가 이런 힘을 가지게 된 것은 의외로 작은 계기 때문이다.
문피아에서 웹 소설을 읽으면서 사람들의 덧글을 읽으면서다.
처음에 무척 흥미롭게 시작한 소설이 삼천포로 빠지면서 재미 없어지는데, 계속 읽어야 해서 괴로운 중에, 독자들이 ‘하차요’란 덧글을 적고 사라졌다.
‘어 저래도 돼?’
싶었는데, 해보니까 되더라.
괴롭던 소설을 하차해버리니, 그렇게 시원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날 서재로 가서 읽기 괴로운데 억지로 가지고 있던 책들을 들어다 버렸다.
이제야 하기 싫은 것을 멈출 수 있게 되었다.
이제야, 처음 시작할 때 부담이 없이 시작할 수 있게 되었다.
무언가 대단히 시원해졌다.
꽤 오랫동안 뭔가 새로이 시작하는 게 괴로웠는데, 이제야 뭔가 시작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진짜 오랫동안 방치해둔 블로그에 지난 월요일부터 오늘까지 매일 글을 올리게 된 힘도 그것이다. 이제 부담 없이 시작할 수 있으니까. 문제가 있으면 멈추거나 수정하면 되고, 당장 마지막까지 생각하지 않고 할 수 있으니 말이다.
이제 진짜 다시 시작이다.
from 무상
사족: 이제 블로그에 새로이 글을 시작하려고 합니다. 기획서 쓰는 법, 제안서 쓰는 법 같은 제가 20년간 직장 생활하면서 잘하는 것들에 관해서 연재해 보고, 읽고 있는 재미있는 책들 소개해 보고, 더 나아가 블록체인이나 인공지능에 관한 전문분야에 관한 것들을 연재해 볼까 합니다. 그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