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5-19 마음나누기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에 대한 이야기

커뮤니티에서 생성형 인공지능의 바보 같음을 비웃기 위한 글 하나가 올라왔었다.

프롬프트에 "AI야, 가난에 맞서 싸우는 수녀님 그려줘"라고 썼는데 나온 그림이 다음과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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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우!

재미있다. 그런데 이런 글이 올라오면 진짜 이렇게 되는지 궁금해진다.
그래서 내가 사용하는 인공지능 프로그램에서도 똑같은 프롬프트로 이미지를 생성시켜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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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우 내 쪽이 더 멋있나..

어째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처음 글을 본 커뮤니티에선 가난을 나타내는 형용사 poor가 가난한 사람들도 똑같이 표현하기 때문이라고 봤던 거 같다. 그럴까?

사실 정말 그랬다면 난 내가 만들어낸 이미지를 올리지 않았을 것이다.

이것은 문화의 차이다.

대부분의 해외에서 개발된 인공지능은 영어를 기반으로 제작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어로 명령을 내려도, 그것을 한국어로 바로 받아들이기보다, 영어로 번역하여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다.(많다는 것이지 전부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한국어에는 유독 전쟁과 관련된 표현이 많다. 아마도 광복 후 바로 있었던 625 전쟁과 그 뒤에 있었던 군사 독재 기간 동안 군인에 의한 통치 때문이 아닌가 싶긴 하다만, 정말 많은 편입니다.

물론 영어에서도 가난과 싸운다는 표현이 있다. 그런데 이런 표현은 일상적이라기보다는 슬로건이나 뉴스의 타이틀 같은 특정에서만 사용되고, 보통은 극복한다는 표현을 많이 사용된다.

예를 들자면 이렇게 말이다.

"Many organizations are working together to fight poverty in developing countries." (많은 단체들이 개발도상국의 빈곤과 싸우기 위해 함께 노력하고 있습니다.) – 뉴스의 타이틀

"Mother Teresa dedicated her life to overcoming poverty in India." (마더 테레사는 인도의 빈곤을 극복하는 데 일생을 바쳤습니다.) – 일반적인 설명

즉 영어에선 가난과 싸운다는 표현이 일상적이지 않단 것이다.

게다가, "AI야, 가난에 맞서 싸우는 수녀님 그려줘"란 한국어 명령어는 해외에서 제작된 생성형 인공지능에겐 다음과 같이 번역되어서 입력이 될 것이다. "AI, draw me a nun fighting against poverty"(참고로 해당 번역은 각 생성령 인공지능을 이용해서 번역한 것임으로 완전히 같지 않을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인공지능은 이해하기를 가난을 극복하기 위해서 노력하는 평화적인 이미지보단, 강력하게 싸우는 동적인 이미지를 만들게 될 수밖에 없다.

즉 해당 이미지는 특정 단어 때문에 만들어진 오류가 아니라, 가볍게는 언어 간의 차이, 크게는 문화적 차이에 의해서 생긴 일종의 오해라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생성형 인공지능을 잘 사용하기 위한 다양한 책들이 나오고 있고, 강의 커리큘럼도 생기고 있다. 그런데 해당 책 들이나 커리큘럼은 위와 같은 내용을 잘 다루진 않는다. 그로 인해서 엉뚱한 실수를 하는 사람들이 많아진다.

깃허브의 저스틴 패리스는 2023년 12월 경 자신의 SNS에서 올해 가장 인기 있는 프로그래밍 언어는 "영어"라고 농담을 했었다.

나는 그 말이 농담 같지 않다.

생성형 인공지능은 지속적으로 강력해지고 있고, 그러면 그럴수록 베이스 언어인 영어의 중요성도 점점 커진다. 그런데 강력해진 기능에는 번역 성능도 들어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이들은 영어의 중요성을 인지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 그냥 자국의 언어로 이야기해도 적당히 인식되는 것처럼 보일 것이니 말이다. 그런데 여전히 인공지능은 완벽하게 문화까지 번역하진 못한다. 그렇기 때문에 눈에 보이는 것만 보고 지나간다면 강력해진 인공지능을 온전히 사용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

대단히 아이러니하게도(‘모순적이게도’란 한국어 표현보다 이 영어식 표현이 더 잘 어울린다.) 생성형 인공지능의 시대에서 문화가 더욱더 중요해질 것 같다.

그리고 생성형 인공지능의 보급은 어쩌면 더더욱 미국식 문화가 전 세계로 퍼지는 수단이 될 것이다.

from 무상

사족: 진짜 오래간만에 블로그 글을 쓰는데 정말 많은 것이 바뀌었네요. 일단 그냥 한 번 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