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5-19 마음나누기

전하고 싶었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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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적었던 글과 연계되는 이야기입니다.

동시에 이미 비슷한 글을 블로그에 적었던 듯한데, 찾아보니 못 찾겠더라고요.
블로그에 올린 글이 1000개가 넘어가니 그러려니 합니다.
동시에 이 주제로 글을 쓴 지가 좀 되었을 터라,
그간의 저의 생각이 바뀐 점도 있을 터라 이렇게 써봅니다.

허생전이라는 글이 있습니다.

허생전 (book)
알려진 최초의 저자는 조선시대 실학자 연암 박지원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 후에 채만식, 이광수 같은 작가가 리메이크를 했었습니다.

동화로도 나와 있고, 만화로도 나와 있고,
이 책에 몇몇 에피소드는 상도나 거상 김만덕 등에 차용되기도 했습니다.

허생전은 원래 독립적으로 출간된 책이 아닙니다.
그의 책 열하일기 안에 옥갑야화에 들어가 있는 내용입니다.

열하일기 (book)
원문은 한문으로 작성되어 있고,
내용은 생각한 것보다 짧습니다.

이 허생전은 일반적인 한국인에게는 무척이나 익숙합니다.

황순원의 소나기와 함께 가장 유명한 소설이 아닐까 합니다.

이 소설의 한글판이 중학교와 고등학교 교과서에 실려 있거든요.

그러다 보니, 저는 한국인의 보편적 정서를 구성하는 문학 작품 중에 하나가
바로 이 허생전이라고 이야기하곤 합니다.

허생전을 읽어본 사람들에게 책의 내용을 물어보면 다음의 내용에 집중합니다.

허생이 1만 냥을 빌려서, 시중의 과일을 싹쓸이해서 10만 냥을 만들고,
그 돈을 들고 제주도에 가서 다시 말총을 싹쓸이해서 100만 냥을 만듭니다.

바로 이 내용!

그 뒤에 나오는 다른 내용은 신경 쓰지 않습니다.

물론 패러디를 하는 분들은 이 부분보다는 허생이 집을 나서기 전에
부인에게 바가지 긁히는 부분에 집중하기는 합니다만……

여하튼 이걸, 돈 버는 방법이라고 생각들 하시더군요.

사실 어렸을 적엔 저도 비슷하게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나이가 들어선, 책의 내용을 잘못 읽었구나 싶었습니다.

작가가 생각한 게 이게 아니었을 테니까요.

40대 후반, 남의 사업기획서를 자주 봐야 하게 되면서, 아….
저놈의 허생전을 못 보게 하거나 다시 교육을 시켜야 한단 생각이 들더군요.

물론 지금은 또 조금 바뀌었습니다만……

참고로, 허생전의 허생이 돈 버는 방법은 새로운 것이 아닙니다.

당시에도 그리 획기적인 방법이 아니었습니다.

허생전은 뭔가 돈을 버는 방법을 가르쳐 주려는 의도로 쓴 작품이 아닙니다.
오히려 반대로 사회 고발을 위한 르포 소설에 가깝습니다.

허생전이 돈을 버는 방법은 매점매석입니다.

그리고 이것은 이미 당시 ‘도고’라고 불리던 도매상들이 명절이나 보릿고개에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서 사용하던 방법이었습니다.
물론 허생처럼 극단적으로 사용하진 않고,
사회 구성원은 괴롭지만 어쩔 수 없이 버틸 수 있는 정도로,
진행되었던 거죠.

애초에 허생처럼 극단적으로 일을 처리하면 조선시대라 할지라도,
나라에서 조사가 들어가고,
걸리면 죽습니다.

요즘 시대엔 아예 미국엔 "독점 금지법"이 있고, 한국에는 공정거래법이 있습니다.
그리고 걸리면 얻은 이득을 다 토해내고 벌금 추가로 먹고 감옥도 갑니다.

연암 박지원이 허생전에서 쓰고 싶었던 주제는 이겁니다.

"1만 냥만 가지면 팔도를 뒤흔들 수 있으니 심히 한탄스럽도다!"

조선이라는 나라의 경제 시스템이 원시적이다 보니,
이런 상황에도 해결을 보지 못하니 안되었다입니다.

허생전에서 언급되는 일본만 해도 조선보다 경제 시스템이 튼튼하고,
청나라는 더 말할 필요도 없으니,
개탄스러운 게죠.

그렇다면 그 많은 우리나라의 사람들은 이 책을 읽으며,
허생이 돈 버는 방법에만 집중하게 될까요?

그건, 허생이 한 행위의 서사가 솔깃하기 때문입니다.

가까운 사람들이 인정해 주지 않을 뿐,
홀로 수련한 이가,
그 능력을 인정해 주는 누군가의 도움으로,
손쉽게
큰돈을
빠르게
확보하고, 자기가 하고 싶던 일들을 조금 하고선,
권력과 부를 버리고 홀연히 사라지는 서사 말입니다.

읽고 있는 이가 그러고 싶기 때문에,
그 내용이 가슴에 남는 거죠.

그래서 더 크게 보이는 거죠.

슬프지만, 무작정 비판하거나, 나쁘다 할 순 없습니다.

살아가는 현실이 그러한걸요.

우리 주변을 보면 진위 여부를 떠나서,
부러운 삶을 사는 이들이 많습니다.

특별한 준비 없이 정말 손쉽게 큰돈을 빠르게 벌어서 자기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살아가는 것처럼 보이는 이들이 많거든요.

수많은 SNS에 보면 그런 이들이 한가득이죠.

많은 사람들이 그런 걸 보면서 비교하면 바보 같으니 하지 말라고 하지만,
그게 말처럼 쉬운 건 아닙니다.

애초에 그게 될 만큼 수양을 할 시간을 주지 않았거든요.

안타까운 거죠.

제가 그래서 무언가 배우려고 책을 읽는 사람들에게 하는 조언이 그겁니다.
얻으려고 할 땐, 텍스트에 욕망을 투영하지 말라.

그러면 왜곡이 일어난다고요.

from 무상

사족: 어젯밤 배탈이 나서 한참을 고생했습니다. 아예 밤잠을 자지 못했네요. 그 덕에 글을 올리는 게 늦었습니다. 아무리 늦어도 2시 전에는 올리려고 하고 있는데 말이죠. 무언가 계획을 세우고 일을 진행하려면, 가장 중요한 것이 마음가짐인 거 같습니다. 그걸 위해서 많은 준비를 합니다만, 아직은 모자라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