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행자 (book)
오래간만에 글을 씁니다. 블로그에 글을 올리는 것이 하도 오래간만인지라 본 내용을 시작하기 전에 이렇게 안부 인사부터 올리니 송구하기 짝이 없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안부 글을 적는 김에 최근에 근황을 이야기하자면, 글을 써서 빵을 사겠다는 원대한 꿈은 꽤 오래전에 잠시 쉬어가는 중입니다. 물론 그렇다고 하여 아예 안 쓰는 것은 아닙니다만, 투고하거나, 청탁원고를 하지는 않습니다. 그저 개인적인 글과 쓰고 싶은 글을 혼자 쓰고 보고 하는 중입니다. 대신 빵을 사기 위해서 다양한 일을 하였습니다. 주차장에서 정산원을 하다가 인공 지능에게 직업을 빼앗겨보기도 하였고, 대형 건물의 보안요원을 하다가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자리를 빼앗겨보기도 하였고, 주상복합 빌딩에서 파견인력 관리를 하면서 삶의 서글픔을 느껴보기도 하였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아주 예전에 제가 하던 일, 서비스를 기획하고, 런칭하고, 관리하는 그런 일을 합니다. 예전에 이 일을 할 때 제가 다 가르쳤던 후배가 현역 은퇴를 해서 자기가 가르친 후배들과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면서 인터넷 방송을 진행하는 상황에서 다시 현역으로 돌아왔습니다. 다시 이런 일을 하니 다시 젊어지는 것 같아 즐겁습니다. 대신 어떤 일을 진행 할 때마다 한가지 두려움이 있습니다. 내가 너무 늙어서, 너무 나이가 많아서, 그래서 세대를 쫒아가지 못해서 이미 필요 없어진 서비스를 만들면 어쩌나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되도록 귀를 열고 들으려고 합니다. 이런 대화를 하다보면 종종 최근에 유행하는 책들에 대해서 듣게 됩니다. 그런 중에 듣게 된 책이 바로 자청이라는 사람이 쓴 ‘역행자’입니다. 저는 여전히 책을 제법 많이 읽습니다. 일주일에 4~5권, 연간 200~250권씩은 꼬박꼬박 새로운 책을 읽고 있으니까요. 물론 과거에는 이보다 거의 두 배 이상 읽었는데 많이 줄긴 했죠. 특히 신간 그중에서도 자기계발서와 경제 관련 책들을 잘 안 읽게 되었습니다. 두 부류의 책들은 어쩐지 커다란 서클을 가지고 같은 내용이 돌고 돈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그러니 자청의 ‘역행자’는 나왔다는 사실도 모르고 있었죠. 안부 이야기하다가 결국은 감상문을 쓰려는 책 이야기까지 왔군요. 일단 지루한 문단을 바꾸고 제대로 감상문을 시작하겠습니다.(혹여 제 블로그에 자주 오시는 분이 아니시라면 이 부분을 그냥 넘기세요. 색도 달리 하여 남겨 놓겠습니다.)
책을 살지 말지 고민하시는 분들을 위해서 먼저 간단한 결론부터 적고 가겠습니다.
이런 분들은 이 책을 사면 크게 도움이 될 겁니다.
- 책을 잘 안 읽는 분들
- 성장을 해보고 싶은 분들
- 잘 따지지 않는 분들
- 35세 이하의 젊은 분들
- 여성보다는 남성
- 지금 무기력한 분
- 지금 꽤 복잡한 생각으로 답답한 분
하나라도 선택되면 이 책을 사라는 건 아니고요. 한 서너 개 겹치면 인생 책까지는 몰라도 한동안 꽤 힘이 되어 줄만한 책입니다. 그런데 역으로 생각하면, 책을 이미 많이 읽는 분이거나, 사실 여부에 대해서 잘 따지시는 분들이거나 세상 경험 좀 있으시거나, 지금 열심히 살고 계신 분이라면 이 책은 별 볼 일 없습니다. 무척 허무한 책이 될 거예요.
그럼 정상적인 감상문을 시작하겠습니다.(이제부터 반말투입니다. 이해해 주세요.)
사회 초년생이면서 사회생활에 무척 힘들어하고 있는 한 친구가 이 책을 읽고서 정말 좋다고 나에게 추천을 해주었다. 나는 그 친구에게 꼭 읽어보겠다고 약속을 했고, 아침 출퇴근 시간에 오디오 북으로 먼저 들었다. 몇몇 내용에서 직접 눈으로 보고 읽어야겠단 생각이 들어 Ebook으로 구매하여 다시 보았다. 종이책까지 살 필요는 없겠다고 판단했고, 그냥 덮어 두려는데, 그 친구가 책이 어떠했는지 물어보았다. 그에게 직접 말로 하기보다는 글로 적는 게 좋다고 생각하여 아침 댓바람에 글을 쓰기 시작했다.
자청은 힘든 10대를 보내다가, 책을 많이 읽으면서 20대 초반부터 어느 정도 성공을 했고, 미숙함으로 작은 실패를 하고, 그 속에서 배움을 얻어 ‘역행자’가 되는 방법을 찾아 이제는 ‘자유로운 삶’을 누리고 있는 ‘자수성가 청년’이다. 그는 대부분의 세상을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을 ‘순리자’로 지칭하고, 자신과 같이 다른 선택을 해서 경제적 자유를 얻는 이를 ‘역행자’로 정의했다. 그리고 역행자만이 가지고 있는 좋은 점에 대해서 나열했다.
그는 책에서 역행자가 되기 위한 7단계를 소개하고 그것을 따르면 된다고 했다. 아울러 읽어도 그것을 실천하지 않은 사람이 대부분이라고 도발도 했다. 나는 이 감상문에서 역행자의 7단계를 다 적을 생각이 없다. 왜냐면 언급한 작가도 제대로 개념을 잡지 않아 놓은 걸 내가 뭐하러 쓰는가?
작가는 역행자의 7단계를 적었지만, 이는 제대로 연결되지 않는다. 다시 말하자면 유기적으로 연결된 개념들이 아니라는 말이다. 그저 그럴듯한 이야기들을 적었을 뿐 단계라는 말을 붙일 만큼의 내용이 아니다. 이것은 국어책 1단원과 수학책 2단원, 영어책 3단원, 사회책 4단원을 붙여놓고 수능 합격 4단원이라고 정의하는 것과 같다. 자청은 책에서 7단계라 적었지만, 그 단계는 유기적으로 연계되지 않았다.
그에게 조금 더 진지한 편집자가 붙어있었다면, 또는 그에게 조금 더 괜찮은 글쓰기 선생이 있었다면 역행자의 7단계라고 하지 않고, 역행자의 7가지 특징 또는 습관 등으로 정의했을 것이다. 성공한 사람들의 7가지 습관처럼 말이다.
이렇게 비판하면 역행자란 책이 안 좋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그런데 또 그렇지는 않다. 약간의 위험 요소가 있지만 제법 좋은 내용들로 가득하다. 이미 이 책을 긍정적으로 리뷰한 많은 사람이 손에 꼽는 것이 바로 ‘자의식 해체’다. 이 책 전체에서 가장 그럴듯하면서 가장 위험한 내용이다.
자청은 성공하기 위해서는, 그러니까 역행자의 첫 번째로 ‘자의식 해체’가 필요하다고 했다. 솔직히 이야기하자면 나는 그가 주장하는 ‘자의식 해체’가 정확한 단어인가라는 의문이 있다. 다른 감상문이나 유튜브 리뷰에서도 그냥 그대로 ‘자의식 해체’가 좋다고 하는데, 과연 ‘자의식’이라는 것이 해체해야 할 나쁜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자의식의 사전적 정의는 “경험의 여러 가지 면에서, 경험에 수반되어 그것을 통일하는 자아(自我)에 대해 갖는 반성의식의 총칭.”이다. 자의식은 기본적으로 인간이 경험하는 것을 받아들이면서 자존감을 유지하기 위한 수단이다. 이것이 과잉된다면 문제가 되겠지만 이것이 없다면 그것은 인간이 아닌 기계또는 동물과 다를 바가 없다. 애초에 인간이 모여있는 사회 자체가 공통된 자의식을 가진 집단이기 때문이다. 생각해보자. 사회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린 아이를 아무이유 없이 죽이는 행위에 대해서 부정적인 의식을 공유하고 있다. 이것은 공통의 자의식이다. 이것이 해체된 인간이 그 사회 구성원에 있다면 당신은 어떤 마음이 들겠는가?
과잉된 자의식을 해체해서 스스로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마음을 뛰어넘는 것은 좋으나, 일반적인 자의식 해체까지 이야기해버리면, 인간 본연의 기본적인 소양까지 무시해버리게 된다.
자청은 책에서 역행자로서 돈을 버는 방법을 찾는 것 중에 하나로 이런 이야기를 한다. ‘타인을 행복하게 하고 즐겁게 하면서 하기 싫은 일을 대신해주면 돈이 된다.’ 그리고 그 예로 간단한 사업 아이템도 이야기하고, 자신이 성공한 사례도 이야기한다. 다소 긍정적인 것들만 이야기한다.
그런데 가정해보자. 앞서 이야기한 자의식 해체를 통해서 불가능한 것이 없다고 뭐든 할 수 있다고 판단을 내리고, 가장 마지막 내용을 적용해버리면 성매매나, 마약상 같은 불법적인 사업을 할 수도 있다. 물론 뒤에 나와 있는 내용을 보면 정체성을 만들고, 지식을 얻고, 나름의 반성을 하면서 정상적인 상황을 유도하려고 하지만, 처음이 너무 강하다. 이 책을 읽은 사람들의 반응도 거의 비슷하다. 이 책을 읽고 크게 감명을 받았다면, 꼭 생각해야 할 것이 있다. 실천하기에 앞서 충분한 숙고다.
이 책이 가지는 좋은 장점과 그리고 한계는 결국 나아가는 데 필요한 수단이다.
독서.
그러니까 책 읽기 그뿐이다.(저자는 온라인 강의와 오프라인 강의에 관해서도 이야기했지만, 사실 자청 본인에게 가장 효과가 있었던 것은 독서였고, 스스로도 독서에 대해서 가장 많이 언급한다.)
최대의 장점이다. 결국 책을 읽는 것은 도움이 된다.
그리고 최대의 단점일 것이다.
어떤 방법을 이야기해줄 것 같지만 결국은 책을 읽으라는 말이니까.
이 책을 통해서 다양한 책들이 소개되는 점도 좋다. 10년 이내에 나온 제법 좋은 책들을 많이 찾아볼 수 있다. 나도 4권 정도 새로 사서 읽어보고 무척 만족했으니까. 그리고 그 때문에 아쉬운 부분은 그 책들을 읽고 나면 이 책의 내용이 얄팍하다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된다. 아마도 온라인 서점의 리뷰에 붙어있는 다른 좋은 책의 내용을 짜깁기했다는 혹평의 원인이 그것일 것이다. 다른 책의 내용을 제대로 소화하지 않은 상태에서 그러니까 완전히 자기 것이 되지 못한 상태에서 그냥 그대로 적혀있다. 그러다보니 원본과 비교하면 한없이 불품없어 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그렇게라도 소개해준다는 점은 좋다. 어찌되었던 새로운 책으로 인도는 해주니까 말이다.
마지막으로 이 책의 저자가 경제적으로 부자가 되겠다고 생각한 원인에 대한 내 개인적인 답변을 적으면서 줄이고 싶다.
자청은 자신이 좋아하던 여자 사람 친구가 자신에게 부에 대해 질문을 했을 때, 자신의 지식을 동원하여 부가 행복의 조건은 아니라서 심리학과 철학에 집중한다고 이야기했고, 그 여자 사람 친구는 자신 어머니의 말을 인용하여 ‘부자가 되어봐야만 그 사람이 행복한지 안 한 지를 알 수 있다.’는 식으로 반론을 던졌다. 그때 자청은 뭔가 깨달아서 부자가 되어야 그게 행복한지 안 한 지를 알 수 있겠구나 싶었다고 한다.
어떤 존재가 되어야만 그 존재의 감정을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아이 잃은 부모의 심정을 이해하고자 아이를 죽일 필요는 없다. 극단적인 표현이겠지만, 꼭 그 존재가 되어야 그 존재의 감정을 알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단순히 추측이면 충분할 수도 있다. 결국은 내 온전한 감정에 충실한 것이 필요할 뿐이다.
from 무상
사족: 마지막으로, 정말로 마지막으로 자청의 역행자에 나온 마케팅 방법은 현재로선 하나도 소용이 없다. 특히나 블로그 마케팅은 정말 이미 다 끝물인 거다. 그리고 그걸로 홍보하는 것도 그렇다. 마케팅 수단은 시시각각 변한다. 책에 나와 있는 수단들은 적어도 2~3년 심하면 4~5년 전에나 통하던 이야기들이다. 특히나 온라인에서 PDF 책을 파는 것들도 심각한 수준이다. 그가 온라인 마케팅 회사를 운영하고 있고, 그 회사들이 큰 수익을 내고 있다고 하는데, 거짓이거나, 지인 마케팅이거나, 이미 다른 수단으로 변경했음에도 책에서 적지 않았을 것이다. 이렇게 확정적으로 이야기하는 이유 지난 2월부터 올해 9월까지 집행한 마케팅 비용이 15억이고, 대한민국에서 가능한 거의 모든 방법을 다 사용하면서 분석해 봤다.(TV 광고 빼고 다해봤다.) 그리고 현재 가장 효과적인 것을 찾아 월 4~5천 정도로 진행 중이다. 과거 10년 전에 알던 것, 내가 파워블로거가 되어있던 7~8년 전에 했던 것, 내가 쇼핑몰 일을 하면서 알게 되었던 4~5년 전, 그리고 코로나 시대가 지나가는(다시 오고 있을지도.) 지금의 시대까지 같았던 적이 없다. 책에 있는 마케팅 관련 내용은 다 가져다 버려라! 쓸만한 게 하나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