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5-19 마음나누기

고전 읽기는 왜 어려울까?

© CoolPubilcDomains, 출처 OGQ
© CoolPubilcDomains, 출처 OGQ

커뮤니티를 돌아다니는 이야기들 중에 고전에 관한 방송 내용이 있더군요.

예능 방송에서 한 연예인이 고전 소설을 읽고 있었는데,
그걸 보고 따라서 고전을 읽는 것이 과연 긍정적인지를 묻는 내용이었습니다.

당시 방송의 패널들은 모두 어떻게든 읽기 시작하는 것은 긍정적이라고 말했습니다.

저도 그 패널들의 의견에 100% 공감하는 바입니다.

고전들은 읽을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왜 그 방송에선 그런 식(보여주기)으로 고전을 읽는 걸 부정적으로 봤을까요?

사실 별거 없습니다.

고전을 읽는 것이 어렵기 때문입니다.

특별한 목적도 없이 어려운 일 그러니까 괴로운 일을 하려는 이들을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그걸 하는 사람들의 마음과 느낌과는 별개로 말이죠.

예를 들자면 이런 겁니다.

전 마라톤을 하는 사람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왜 저런 걸 하지?
그냥 보여주기 아냐? 저런 걸 왜 해?
시험을 보는 것도 아니고,
상금이 걸리지도 않았는데,
심지어 본인이 돈을 내고 참가해야 하는데,

저렇게 달리는 걸 이해하지 못합니다.

참고로 전 등산도 이해하지 못합니다.
산은 눈으로 보고 즐기는 것이지 왜! 오릅니까!

저는 이런 사람입니다.

그런데 말이죠.
마라톤이나, 등산이나, 취미로 하는 이들은 그럴만한 가치가 있다고 합니다.

실제로 즐기는 이들에겐 그럴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습니다.

아울러, 그런 운동을 하는 이들은,
그 시작이 아주 얄팍한 작은 이득 때문이라 할지라도,
(8,000원을 내고 단축 마라톤을 뛰면 수육과 막걸리가 공짜라던가,
얕은 야산을 함께 오르고 나면 오이를 마음껏 가져갈 수 있다던가 등의)
새롭게 들어오는 신참(뉴비)를 환영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저변이 확대되는 것이야말로 환영할 만한 것이니까요.

게임도 그래요.
고인 물일수록 자기가 하는 게임에
새로 들어오는 이들을 환영하거든요.

독서가라고 다를까요?
의도가 무엇이 되었든 간에 누군가 독서의 세계에 들어온다면 환영하지 않을 이유가 있겠습니까?
뭐든 함께 할 때 더 행복하거든요.
(그것이 정상적인 거라면요.)

여하튼 고전이든, 그냥 유명한 책이든, 상관없습니다.
어떤 의도를 가지고 시작했든 간에 책을 읽기 시작하면,
그래서 책 읽는 즐거움을 함께 나눌 수 있다면
환영입니다.

이제 글의 시작으로 돌아가 보죠.

왜 고전은 어려울까요?

노벨상을 받은 명저,
몇 백 년을 지나 읽혀온 소설,
위대한 철학자의 논거,
뭐 그럴 듯한 제목의 고전들 말입니다.

사실은 말이죠. 몇몇 작품을 제외하고는,
우리가 어렵게 읽는 고전들은 당대에는 쉬운 책이었습니다.

셰익스피어의 희곡들은 지금의 아이돌들의 앨범이나 블록버스터 영화 같았어요.
괴테의 파우스트는 웹 소설 같은 거였어요.
빅토르 위고는 통속 소설을 쓴다고 비판을 받았죠.

당대엔 그냥 읽기 쉽고 편한 책이었습니다.

시간이 지나서 고전이 되자 어려워진 거죠.
왜 그럴까요?

두 장의 그림을 보여드릴게요.

Blog Im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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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차이가 느껴지시나요?
AI에게 1960년대와 현대의 젊은 남자가 뉴욕에서 정보를 얻는 장면을 그려달라고 해서 그린 그림이에요.

신문을 읽고 있는 남자와 스마트폰을 잡고 있는 남자,

옷이나 머리 스타일도 다르고, 주변을 건들 이들도 다릅니다.

당연한 것이지만, 삶의 방식도 많이 다릅니다.
문화도 다르죠.

그러다 보니, 고전을 읽을 때에는 한 번의 해석이 더 필요합니다.

등장인물이 하는 행동이 왜 그러한 지에 대해서 생각해 볼 필요가 생깁니다.

연대가 오래될수록 그런 차이는 더더욱 도드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다 보니, 고전을 읽는 것은 어려워질 수밖에 없습니다.

대다수의 고전이 시대가 변한 것을 따라오지 못하는 어려움이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말이죠.

이런 어려움을 뚫고 그 변화와 차이를 이해하면서 읽다 보면 놀라운 희열을 느끼게 됩니다.
마치 마라톤을 달리면서 러너스 하이를 경험하는 것과 같은,
산 정상에 올라 그 경관을 즐기는 것과 같은,
수백 번의 시도 끝에 하지 못했던 어떤 것을 해내는 그 희열 말입니다.

성취감과 고양감을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습니다.

해볼 만한 거죠.


from 무상


사족: 물론 그냥 대놓고 어렵게 쓰고, 읽다 보면 미쳐버릴 것 같은 책들도 없는 건 아닙니다. 당대에도 미칠 듯이 어려워서 욕먹은 책들도 있습니다. 그런 책의 대명사가 모비딕이죠. 백경 말입니다. 한국어로 번역된 건 그나마 쉬운 거고요. 이걸 영어로 읽으면 미쳐 돌아갑니다. 심지어 처음 나온 판본으로 읽으면 짜증 나서 돌아가십니다. 그런데 읽으면 미칠듯한 희열을 느끼게 되죠. 참고로 전 영어 버전은 세 번 도전해서 세 번 다 포기하고 그냥 말았어요.


모비 딕 (bo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