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4-08 마음나누기

1987년에 경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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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1987년은 위대했습니다.
문화강국,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 기술 국가, 그밖에 우리가, 대한민국이 세계적으로 받는 긍정적인 평가들은 모두 이 ‘1987년’에서부터 비롯되었습니다.
1987년, 대한민국은 전형적인 개발 독재국가에서 선진국으로의 변화를 시도합니다.
그 국민의 피와 땀과 눈물로!
무고한 학생의 죽음을 덮지 않았던 검사와, 그것을 알리기 위해서 최선을 다했던 기자와, 거기에 용기를 가지고 거리로 뛰어나온 학생들과, 그 모든 것에 드디어 눈을 떠 함께한 위대한 국민이, 비루하고 교활하며 타락한 자들에게서 주권을 찾아왔습니다.
권력을 놓기 싫었던 늙은 정치인이 타락했고, 그 끝은 비극이었으며, 그리고 그 저열한 자들이 무주공산이 된 권력을 차지하면서 대한민국의 운명은 어둠으로 떨어졌었습니다.
그 어둠 끝이 1987년이었습니다.
혹시 이 시기를 정확하게 알지 못하시는 분들이 계신다면, 간단하게 몇 편의 영화를 추천해 드릴 만합니다. "남산의 부장들", "서울의 봄", "택시운전사", "변호인", "1987"을 순서대로 보시길 추천합니다. 한 번에 다 보면 겹치는 배우 때문에 약간의 혼란이 있을 수 있긴 합니다만, 다들 문제 없이 볼만한 영화들이거든요.
남산의 부장들 (movie)
서울의 봄 (movie)
택시운전사 (movie)
변호인 (movie)
1987 (movie)
1987년, 대한민국의 국민은 직선제를 쟁취합니다.
대통령의 권한은 여전히 강력하지만, 그 임기는 5년 단임제가 되었고, 문제가 있으면 충분히 수정될 수 있도록 정리되었습니다.
당시 국민의 열망이 모여서 만들어진 직선제를 필두로 한 제6공화국 헌법입니다.
그리고 이것이 요즘 언론에서 바꾸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87년 체제’의 진짜 이름입니다.
최근 10년 사이 대한민국에서 이 1987년에 제정된 헌법을 바꾸자는 이야기가 종종 나왔습니다. 그런데 그 말을 입에 담는 자들이 그렇게 좋아 보이지 않습니다.
10년 사이 가장 강력하게 개헌이란 단어를 이슈로 올렸던 이는 ‘박근혜’였습니다. 그녀는 국정농단의 증거가 나오고, 지지율이 바닥을 치자, 국회에 나와서 자신의 남은 임기를 개헌에 쓰겠다는 소리를 했고, 그 뒤에 곧 탄핵당하였습니다.
그녀가 입에 올랐던 그 단어는 잠시 몇몇 언론에서 다뤄지다가, 사라졌습니다.
그리고 윤석열이 대통령이 되고 탄핵당할 위기가 오자, 여당에서부터 ‘개헌’의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만약 탄핵 기각이 오면 대통령의 남은 임기를 단축하고 그에 맞는 ‘개헌’을 하자고 했었지요.
여하튼 그가 탄핵을 당하자마자 또 개헌 이야기가 나옵니다.
치졸하다는 생각이 먼저 듭니다.
아이들이 모여서 놀다 보면, 종종 이런 애들이 있습니다. 질 거 같으면 규칙을 바꾸자고 하는 애들이요. 애들이라면, 재미있게 놀기 위해서 좀 치사하더라도 그럴 수 있습니다. 그런데 국가에서요? 그건 아니죠.
1987년에 제정된 대한민국의 헌법은 지금까지 그 훌륭함을 완벽하게 증명해 왔습니다.
그때 만들어진 법으로 우리는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올라왔습니다.
1987년 이래로 우리는 세 번의 대통령 탄핵이 시도되었습니다. 두 번은 탄핵이 이루어졌고, 한 번은 기각되었습니다.
국회에서 국민의 뜻과 반대되는 탄핵을 시도한 것은 기각, 반대로 국회에서 어떻게든 막으려 했었어도, 국민의 뜻에 따라서 진행한 탄핵은 만장일치로 통과되었습니다.
대통령이 권한이 강력하다고 해도, 헌법이 정한 대로 제한됩니다.
이를 이만큼이나 확실하게 증명할 수 있을까요?
대한민국의 대통령은 강력한 권한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이것은 대한민국이 분단국가인 이상 무조건 필요한 것입니다. (언제든 극단적인 위기가 올 수 있는 국가에서라면 한순간에 강력한 권한을 행사할 필요가 있습니다. 대한민국은 지정학적 위치가 그런 위기에서 벗어날 수 없고, 군사적 대치도 종식된 적이 없습니다.)
유사시에 강력한 권한을 가진 대통령이 그 권한을 올바르게 사용해서 위기를 타개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대한민국의 대통령은, 나라에 어떤 사고가 났을 때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 욕을 먹을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다양한 사건·사고가 많았던 김영삼 대통령 시절, 김영삼 대통령은 각각의 사건이 있을 때 국무총리를 경질하거나 담화 등을 통해서 사과의 뜻을 전했습니다. 김대중 대통령도, 노무현 대통령도, 국가에 사고가 생기거나 문제가 생기면 사과하고 송구함을 이야기했습니다.
제가 그리 좋아하지 않는 이명박도, 광우병 시위 때, 최소한 자중하고 숨어 있었습니다.
박근혜는 세월호 사건에 대해서 아무것도 하지 않았습니다. 윤석열은 이태원 사건 때에도, 홍수 사건 때에도, 아무것도 하지 않았습니다. 둘 다, 그 사건이 왜 자신과 관계가 있냐는 식으로 몰아갔습니다. 대통령이 할 일이 많은데 그런 것까지 신경 쓰냐는 투였고, 이에 항의 하는 가족과 지인, 또는 일반 시민들의 의견을 뭉개버렸습니다. 결과적으로 그들은 탄핵당했습니다.
그들이 탄핵당한 이유는, 강력한 대통령의 권한을 제대로 쓰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박근혜, 윤석열이 하지 않았던 것, 그런데 다른 대통령은 했던 것이 몇 개 더 있습니다.
자신의 권력을 제대로 쓰지 않은 것도 있지만, 국민의 뜻을 따르지 않은 것도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국민은 현명합니다.
노태우가 대통령이 되었을 때, 총선에선 여소야대를 만들어줬습니다.
대통령의 권력을 주지만, 입법 관련해서는 야당의 의견도 들으란 뜻이었죠.
그 노태우도, 그 때문에 3당 합당이란 수를 써야 했습니다.
김대중 대통령도 집권 후 국회에서 불리한 여건을 극복하기 위해서 자민련과 연합을 해야 했습니다.
그러나, 박근혜는 다수당의 지휘를 야당에 넘겨줬을 때, 그를 제대로 인정하려 하지 않았습니다. 윤석열은 더 말할 것도 없고요.
국민이 여소야대를 만들어주는 것은 그것을 무시하거나, 부정선거로 의심하라는 것이 아니라 야당의 말도 들어보란 겁니다. 그걸 하지 않으면 탄핵당하는 거고요.
1987년에 만들어진 제6공화국 헌법은 잘못된 것이 없습니다.
아니 오히려 그 뛰어남을 계속해서 증명해 왔습니다.
이런 상황이라면 오히려 이를 바꾸려는 이들이 그 뛰어남을 시기하는 자들일 것입니다.
칭찬해도 모자를, 법을 왜 바꾸려 하겠습니까?
이 위대한 법을 만든 1987년의 그 위대한 업적을 만들어낸 이가 누구인지 안다면 이 법을 그리 손쉽게 비판하고 날려 버리겠다고 감히 말하지 못할 것입니다.
영화 ‘1987’의 마지막에 고 문익환 목사의 애절한 외침이 들립니다.
당대의 내로라하는 정치인(그날 그 자리에서 연설했던 두 정치인은 모두 대통령이 되었습니다.)의 뛰어난 언변을 모두 잊게 했던 애절한 외침은 어떤 업적도 어떤 서사도 어떤 수사도 없이 그저 목 놓아 죽어버린 열사의 이름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열사들의 이름을 모두 모으면 하나의 단어가 만들어집니다.
‘국민’
1987년의 위대한 업적을 만든 것은 결국 국민이었습니다.
이 나라의 진정한 주권자입니다.
from 무상
사족: 저는 의원 내각제를 그리 좋아하지 않습니다. 국민의 뜻이 정치에 직접적으로 반영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지난 총선 이후 국회의장이 선출될 때, 대다수의 더불어민주당 당원이 바라던 인물이 아닌 다른 이가 국회의장이 되었습니다. 그때의 결과를 논평할 때 당원들이 바라는 것과 의원들이 바라는 것이 다를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이게 싫습니다. 정치는 국민의 뜻이 직접적으로 반영되어야 합니다. 설사 그 결과가 제가 바라는 바와 다르다 하더라도 말이지요. 저는 지금의 권력 시스템이 전 세계 어떤 나라의 그것보다 투명하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의 이것을 바꿀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